2018년 9월, 산티아고 순례길로 신혼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결혼준비를 아주 재밌게 많이 힘안빼고 잘 치뤘기에, 보통은 쉬러간다는 신혼여행을.. 저희는 맘 단단히 먹고 떠났던 것이지요.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던 산티아고 순례길은 첫날부터 고비였던 거 같습니다. 진짜.. 숙소 못구해서 다음 마을로 이동해서 다국적 코골이와 천장에 돌아다니는 벌레들을 벗삼아 잠을 청한다는 건 쉽지 않았죠. 게다가 피레네 산맥을 넘어 쇼크를 먹은 듯한 몸뚱이는 멀쩡했던 마음까지 무너뜨려버렸습니다.
새벽 네시, 눈을 멀뚱히 뜨고서 밀려오는 후회를 핸드폰 메모장에 적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푸르스름한 새벽이 지나, 밝고 청명한 해가 뜨니 몸도 마음도 한결 나아지더라구요.
되든 안되든 그냥 함 걸어보자는 마음으로, 이 산 저 산을 지나고, 이 것 저 것을 뜯고 맛보고, 이 사람 저 사람과 서툰 대화를 나누며 20일 가량이 훅 - 지나갔습니다.
고생도 많았지만 평생을 함께 할 사랑하는 사람과 정말 많은 이야기거리를 쌓을 수 있었던 게 큰 기쁨이었습니다.
2년 가까이 지난 지금, 아직도 신혼이긴 하나, 곧 태어날 아기도 기다리고 있고... 정말 신혼여행이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이 시점에...
아기 태어나기 전엔 마무리를 져야할 거 같아 다시 영상을 하나 하나 틀어보았습니다.
비록 완주하진 못했지만 그 길 위에서 우리가 나누었던 소소한 이야기들이 남아있음에, 다시 한번 즐거움을 느낍니다.
어떤 구독자분은 어쩜 그렇게 편하게 다녀왔느냐고, 라떼는~~ 동키도 하지 않고 쌩으로 다녀왔노라고 비난의 어조가 살짝 가미된 댓글을 남기시는 분도 있었죠.
그냥 대꾸하진 않았지만 저는 이 여정에 만족합니다.
보편적 의미로 완주하지 못한 이 길을, 저 개인적으론 완성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인적이 드문 길이 되었겠지만 얼른 회복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을 안겨주는 까미노로 다시 회복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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