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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까미노(산티아고순례길)

산티아고 순례길 다큐 신혼여행 로그로뇨의 9월 축제 + Wok

 

이틀치 일기 

먼저, 그 남자 일기

Villamayor de Monjardin의 산중턱에 있는 알베르게Albergue Hogar Monjardin

에서 새벽 3시에 잠을 자다가 깼다.

어제저녁부터 시작된 마을축제가 새벽까지도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음악소리가 어찌나 큰지... 침대에 누워있는데, 몸이 울릴 정도였다.

방에서 자고 있던 다른 사람들도 잠에서 깨서 새벽 4시에 출발할 준비를 했다.

여보와 나는 7시에 일어나서 씻고, 아침을 먹은 뒤 알베르게에서 출발했다.

오늘은 로스 아크로스까지 가야하는데, 거리는 약 13키로 미터 정도였다.

아마, 점심때쯤이면 도착하리라 생각을 하고 걸음을 재촉했다.

오전 8시나 9시쯤 출발해서 꼬박 2~3시간 걸으면 약 10~12킬로미터를 걸을 수 있다.

이렇게 한 10키로 정도 걷고 나면 12시쯤부터는 햇살이 강해져서 걷기가 힘들다.

그래서 점심때쯤 도착하도록 거리를 계산해서 도시를 정하고 있는데, 오후 3시쯤 되면

이미 각 도시의 알베르게가 다 가득차서 이용할 수 없다는 점도 이유였다.

12시쯤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쉬다가 2시쯤에 오픈한 알베르게에서 자리를 잡고 쉬는 것.

이렇게 하지 않으면 하루 잠을 잘곳 조차 구하기 힘든 게 현실이었다.

로스 아르코스까지 가는 도중 한 젊은 남녀가 우리 앞에 걸어가는 게 아닌가.

남자는 검은색 옷에 키가 큰 편이고 금발이었고, 여자도 키가 큰 편인데, 미모가 상당했다. 둘은 걸어가면서 어색한 듯 거리를 유지했고, 여보와 나는 그런 둘을 뒤에서 바라보며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마치 아침드라마마냥... 흥미진진했다.

몸짓, 바디 랭귀지로 판단하건데, 여자가 좀 더 남자에게 마음이 있는듯했다.

중간 중간 어색하게 여자가 남자의 팔을 터치하며 스킨쉽을 했는데, 남자는.. 철벽이었다.

여자가 스틱을 오른손에 가지고 있으면서 왼손을 항상 빈손으로 들 때가 많았는데,

아마 남자가 잡아주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이런 상상을 하며 걸으니 시간이 금방금방 지나갔다.

2시간쯤 지났을까.. 눈 앞에 Bar가 나타났다. 건물은 아니고, 푸드트럭같은데, 트레일러를 개조해서 만든 것 같았다. 주인아주머니와 약간 통통한 대머리 아저씨가 운영하고 있었다.

여보와 나는 그 앞의 플라스틱 간이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 2잔과 오렌지 주스. 그리고 토르띠아 디 파타타 한개를 시켜서 아침 겸 점심으로 먹고 잠시 쉬었다. 주스와 커피는 지독히도 맛이 없었지만, 평지를 걸어오느라 너무 힘들었던 우리는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그곳에서 잠깐 쉬다가 다시 걸음을 재촉했는데, 가는 길은 평지이긴 한데, 그림자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스페인의 태양빛은 정말 뜨겁다. 정말 정말 뜨겁다. 그늘아래 있으면 바람 때문에 시원한데, 태양빛을 쬐기 시작하면 너무 더워서 땀이 미친 듯이 난다.

그렇게 땀을 뻘뻘 흘리며 좀 더 걸어가니 오늘의 목적지인 로스아르코스 마을의 입구에 들어설수 있었다.

마을 표지판을 지나, 그리고 입구의 무인자판기를 지나 조금 더 지나가니 알베르게가 있었다.

구글 지도에서 찾아보니 평도 나쁘지 않고 시설도 괜찮아보여 입장해서 침대를 잡았다.

이떄 시간이 12시쯤 되었는데, 나중에 빨래할때 물어보니 2시전에 이미 알베르게는 순례자로 가득 찼다고 했다.

일찍 오지 못하면 잘 곳도 못 구하는 것이다..;; 경쟁을 피해 순례를 왔는데, 이곳에서도 침대하나 얻겠다고 매일 아침부터 경쟁을 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로스 아르코스는 작은 마을이었지만 그래도 있을 건 다 있었다. 여보와 나는 점심 식사를 근처 Bar겸 레스토랑에서 먹고 잠시 마을을 둘러보았다. 점심으로는 까르보나라 파스타와, 빠에야, 그리고 믹스 샐러드를 시켜서 먹었는데, 물도 하나 시키니 벌써 18유로정도 나왔다.

배불리먹고 은행에 가서 ATM을 이용해서 현금이나 뽑을까 했더니, 여보가 굳이 지금 해야할필요는 없을 거 같다고 만류하길래 발길을 돌려서 마을을 둘러보았다.

로스아르코스에는 산타마리아 대성당이 한개 있는데, 내부에 들어가보면 휘황찬란한 장식에서 눈을 땔수가 없을정도다. 천장에도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여지껏 카미노를 걸으면서 본 장식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색감이 뛰어났다.

여보는 화려하고 정교하긴 한데, 약간 불교의 느낌이 난다고 했는데, 성당 내부 장식 한가운데에, 아마 성모 마리아로 보이는 장식품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확실이 다시 보니 불교장식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렇게 마을을 둘러보고 성당광장 입구에 있는 식료품점에서 베이컨, 계란, 양파 등을 구입해서 알베르게로 돌아왔다.

숙소 침대에 누워있으니 잠이 솔솔왔다.. 사실 양쪽 새끼발가락에 물집도 잡히고 해서 걷기도 힘들었는데,

침대에 누워있으니 정말 편했다..

1시간쯤 잤을까, 4시쯤에 눈을 떠서 다시 마을을 둘러보기로 하고 밖으로 나갔다.

여보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한개 사서 먹었는데, 2개에 2.5유로정도 였다.

여보는 왜 아이스크림이 가게마다 가격이 다른가 궁금해했는데, 권장 소비자 가격같은건 없는것 같았다.

이후에 숙소로 돌아와서 조금 누워있다가 저녁준비를 했다.

식당이 있어서 조리가 가능했는데, 식당에 취사도구가 충분히 갖추어져 있어서 편하게 할수있었다.

오늘의 메뉴는 볶음밥. 저번에 처음으로 냄비밥을 했었는데, 그때 남은 쌀을 가지고 밥을 지었다.

압력밥솥 비슷한게 있어서, 아니 압력밥솥이었다. 잘 안되기는 했지만.. 여튼 이 냄비를 가지고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서 밥을 지었다. 여봉이가 알려주어서 밥을 지었는데, 내가 해서 그런가 약간 설 익은듯했다.

여보는 능숙하게 야채를 손질하고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른뒤 계란과 함께 볶아서 볶음밥을 만들었다. 라면스프도 넣고..(본인의 자취요리비결이라고 했다.)

만든 볶음밥은 맛있었다.

이후에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데, 식탁이 커서 다른 순례자들도 같이 둘러앉아 밥을 먹었다.

옆에는 프랑스 아가씨 한명이 앉아서 밥을 먹었는데, 여보에게 남은 맥주를 주었다.

이것으로 대화가 시작되었는데, 그 아가씨는 프랑스의 한 도시에서 시작해서 약 한달 정도 순례길을 걷고 있다고 있다. 하루 30~40킬로미터를 걷는데, 와우.. 정말 대단했다.

처음에는 근육통 때문에 고생을 했다고 했는데, 이후에는 익숙해져서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 식사 중에 미국부부가 한 쌍 합석했는데, 같이 즐겁게 식사를 했다.

다만 여보와 내가 영어가 잘 안 되서 말을 중간 중간 못 알아들어 대화가 많이 끊겼다.

즐거운 식사 시간이 끝난 후 침대에 누워 쉬다가 나는 밖에 가서 ATM에서 돈을 뽑아왔다.

200유로정도 뽑았는데, 내가 한 150만 원 정도 넣어두었으니 앞으로 쓸 돈은 충분할 것 같았다.

그리고 약국에 들러 소독약 한 개와 제과점에서 내일 먹을 과자를 몇 개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은 뭔가 심심한 날이었던 거 같다. 영어도 잘 안되고, 뭔가 대화를 능동적으로 할만한

의욕도 부족했다. 그래서 여보와 나는 그냥 쉬는 날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래 놓고서, 잠깐 밖에 나갔다 와보니 여보는 내가 알려준 사이트로 영어회화 강의를 듣고 있었다. 아무 것도 안하는 것은 참 쉽지 않은 듯 하다.

이것은 순례길 12일차의 기록이다...

그리고 확실히 재료를 사서 숙소에서 해먹으니 가격이 저렴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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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그 여자 일기

알베르게는 보통 8시에서 9시쯤 이른 체크아웃을 한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스페인의 햇볕은 굉장히 뜨겁기
때문에 오후 2시가 되기 전에 도착지에 이를 수 있도록 순례자들은 새벽부터 서두르는 편이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제일 마지막에 알베르게를 떠난다. 오늘도 벌써 다 떠나버린 빈 침대를 보며, 
길을 나섰다. 


 오빠가 며칠 전부터 발에 물집이 나서 걷는 게 많이 불편했다. 우리는 아주 쉬엄쉬엄 걸어갔다. 그런데
그 때 우리의 걸음을 재촉하게 되는 일이 발생했다. 순례길에서 보는 세번째 아침드라마였다. 우리는 그
드라마를 아숟깔(설탕)이라고 이름붙였다. 아숟깔 시즌 3는 우리가 전혀 기대하지도 못할 때 급 전개되었다.
 천천히 걷고 있었는데, 뒤에서 끈임없이 떠들어대는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찌나 지 말만 해대는지
상대방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우리는 걷는 거 외에 별로 할일이 없었기에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생각하는게 같았다. '왜 혼자만 말하지?' 조금 뒤 여자 목소리가 아주 짧게 들렸고, 그
사이 그 둘은 우리는 지나쳤다. 

 나는 그 말 많은 남자를 힐끗 보았다. 금발에 수염 가득한 흰 피부, 마른 몸매에... 되게 흔한 백인 스타일에
순례자 나무 지팡이에 국기 하나를 매고 있었다. 나는 저런 말 많은 스타일이 싫다며 한참 알지도 못하는
지나가는 그 남자에 대해 떠들어댔다. 저렇게 자기 말만 하는 남자는 매력 없다느니 하면서... 그들은 걸음이
우리보다 빨라서 벌써 간격이 꽤 많이 벌어져 있었다. 우리의 관심 밖이 되어 그냥 풍경이나 보면서 걷고 
있었는데 그 순간 덥썩 손을 잡는 것이 아닌가! 그 손은 오래도록 놓지 않고 꼬옥 붙들려있었다. 오빠는 
그럴 줄 알았다며 여자가 남자 말빨에 넘어간거라고, 여자도 싫지 않아 보였다고 말했다. 나는 남자가 너무
말이 많고, 여자쪽에서 단호하게 거부하고 가기가 어려워 붙어있었던 거라고 했는데 완전 틀렸다.


 한참을 또 둘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데 헉! 둘은 멈춰서더니 뜨겁게 키스를 나눴다. 이번 길은 코너도
나무 그들도 없이 쭉 일직선상에 있었기 때문에 이 둘의 모든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아무리 드라마의 도움을 받아 그 그늘도 없는 직선 길을 통과했고, 마침내 로그로뇨 바로 전 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이번 루트는 마치 경상도에서 전라되를 통과하는 거 마냥 지역을 옮겨가는 여정이어서
뭔가 감회가 새로웠다. 맨날 나바라 지역 어쩌구 하는 소리만 듣다가 낯선 라리오자 라는 이름을 듣게 되었다.
 로그로뇨에서는 축제가 한창이었다. 사람이 정말 어마무시했다. 가족 단위로 오는 건전한 축제같은 느낌이었다.
이 지역 유행인가 다들 보이스카웃 스카프 같은 걸 두르고 있었다. 


 우리는 메인 스트리트를 지나 미리 예약해둔 아파트형 숙소를 찾아갔다. 
 뭔가 할렘스러운 골목을 지나야했다. 동네가 살짝 무서웠지만 숙소는 여태껏 묵었던 곳 중에 최고였다. 
 부킹 닷컴에서 특가로 나온 곳이어서, 오늘은 2인실에서 묵고 싶어서 예약해봤는데 대만족 이었다.
 아파트형이라 음식도 해먹을 수가 있었다. 
 이 곳은 완전 무인텔처럼 도착 전에 비밀번호를 줘서 알아서 문을 따고 들어가고, 여권 정보 같은 것들도
인터넷으로 보내게 되어있었다. 체크아웃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그런지 비밀번호를 아무리 눌러도 방문은
안열리는데 마침 청소부가 있어서 그분에게 도움을 구해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우리는 로그로뇨를 기대했던 한가지 이유를 위해 밖을 나섰다. 그것은 바로 wok이라는 뷔페였다.
블로그에 다들 이 식당을 극찬을 해서 엄청 기대를 하고 갔다. 가격은... 11유로랬는데 하필 축제기간이라
13유로가 넘었다. 거기에 음료수는 죄다 따로 주문해야해서 생각지도 못한 추가지출이 좀 있었다. 
 맛은 생각보다 별로였다. 고기는 진짜 엄청 느끼하고, 해산물은 종류는 많은데 먹을 수 있는건 제한되어
있었다. 볶음밥 종류나 야채류는 그대로 맛있게 먹고, 오빠는 특히 커스터드 푸딩에 굉장히 만족한 듯
하다. 
 그렇게 밥을 먹고 까르푸 슈퍼에 들려 저녁거리와 내일 아침에 먹을 것들을 샀다. 그리고 메인스트릿 
근처 중국 마트에서 신라면을 판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곧바로 향했다. 오늘 저녁은 오빠가 끓여준 계란
두개 신라면으로 개운하게 먹고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