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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까미노(산티아고순례길)

산티아고순례길 신혼여행 로그로뇨에서 나바레떼 [신혼까미노 24화]

산티아고 순례길 14일차.

이동: 로그로뇨 -> 나바레떼  
이동거리 : 12km

- 호텔에서 아침에 일어나보니 벌써 8시쯤 되었다. 후다닥 아침을 챙겨 먹고 짐을 챙겨서
밖에 나왔다. 오늘의 아침 메뉴는 어제 먹나 남은 계란 2개를 계란 후라이를 해서 빵과
함께 먹었는데, 노지가 계란후라이는 태우는 바람에 계란을 한개 더 사용했다.
남은 계란한개로 후라이하려 했더니 노지가 반드시 삶은 계란을 오후에 먹어야겠다고 해서
1개는 삶은 계란으로 조리했다.

호텔에서 짐을 챙겨 나오니 벌써 밖은 9시가 넘어서, 도시는 벌써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호텔에서 자는 바람에 쎄요(도장)을 못받은 우리는, 근처 성당에라도 가보자해서
근처에 있는 성당으로 향했다. 로그로뇨에는 큰 성당이 3개가 있는데, 우리가 도장을 
받은곳은 내부 장식이조금 덜 화려한 곳이었다. (산 바르똘로메 성당 (Iglesia de San Bartolome))
노지는 이때껏 본 성당 중에서 제일 맘에 든다고 했다. 경건한 예배당 같은 느낌이 난다고. 
지난 곳들은 굉장히 화려해서 외적인 것에만 치중한거 같다고 했다. 이곳은 그런 느낌이 덜하다고.


내부에 들어가니 관리인 한분이 계셨는데, 백발이 성한 할아버지였다.
우리가 쎄요~! 하니 이리 오라고 손짓을 했는데, 따라 가서 도장을 받았다.

성당에서 나와서 순례자 길을 찾아 로그로뇨 시내 중앙으로 향했다.
산따 마리아 라 레돈다 대성당 (Catedral Santa Maria la Redonda)을 지나 길을 쭉 따라가니
중간중간 친절한 로그로뇨 시민분들이 길을 알려주었다. 비록 스페인어로 말씀하셔서
알아들을수는 없었지만... 손짓으로 대충 방향을 알수가 있었다. 그라시아스! 라고 감사의 인사를
날리며 노지와 함께 길을 재촉했다.

30분 남짓 걸었을까... 로그로뇨시 외각으로 보이는 길이 나왔다. 오밀조밀 밀집되어있던
건물들이 조금씩 옆으로 흩어지는 느낌이 나면서 군데군데 공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구밀도가 낮아지는 것을 보니 확실히 로그로뇨 시내 외각인것 같았다.
큰 공원이 나온뒤, 가리비 표시를 따라 길을 걸어가니 잘 포장되어있는 산책로가
계속 이어졌다. 중간중간 음수대도 있고... 쉬어갈수 있는 벤치도 많았다.


순례자들 말고도 산책나온 시민들이 많았는데, 애완견을 데리고 나온 사람들도 많았다.
한참 거리를 걸으니 계속 공원같은 길이 나오는데, 이제 주위에 건물들은 없었다.
구글 지도로 확인해 보니 로그로뇨 시는 확실히 벗어난것 같았다.

가리비 표시를 따라 계속 걸었다. 오늘은 날씨도 맑고 햇살도 강해서 중간중간 자주 쉬었다.
특히 나는 며칠전부터 생긴 새끼발가락 물집때문에 약간 절뚝거리며 걸었기에,
걷는 속도가 더 느렸다. 오늘 12킬로미터를 이동해서 나바레타로 가야 하는데, 참 길이 
쉽지 않았다. 다행인건 계속 평지여서, 크게 이동하는 어려움은 없었다.

계속 걷고 또 걸었다. 중간중간 쉴때는 신발도 벗고, 양말도 벗어서 발이 쉴수있도록 해주었다.

계속 걷다보니 나바레떼 마을이 보였다. 아직 수km정도 남았지만, 나바레떼는 마을이 언덕에 
있다보니 멀리서도 볼수가 있었다. 마을 입구가 보이니 힘이 났다..

우리가 묵었던 알베르게는 마을 입구에 있었다. 
알베르게에는 예술가가 한명 살고있는데, 바로 거기의 주인이었다. 
혼자서 레스토랑도 하고, 알베르게도 하는데, 취미가 그림과 조각인듯 했다. 
건물 내부에 중간중간 그림 및 예술품이 있었는데, 본인 작품이라고 했다. 
그리고 개가 한마리 있었는데 이름이 루카였다. 루카는 애교가 많은데,
처음에는 사람을 잘 못알아봐서 자꾸 짖어댔다...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에 먹을 식재료를 사러 마을안쪽으로 향했는데,
다행히 슈퍼마켓과 식료품점이 운영을 하고있어서 필요한 것들을 샀다.
바게뜨 한개와 물. 쨈, 일회용 식기등을 사서 숙소로 돌아오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는게 아닌가... 숙소까지 뛰어서 겨우 도착했다.

기분 좋게 저녁을 먹으려고 준비하면서 물을 한모금 마시려고, 뚜껑을 따는데,
이상하게 막 기포가 올라오더니 푸쉭 하는 소리가 마녀 페트병이 열었다. 이런
물인줄 알고 사온 것이 사이다였던 모양이다. 노지가 그 장면을 찍어 인스타에 올리니
스페인에 살던 친구도 그것때문에 고생했다고. 물을 사려면 '아구아 나뚜랄'인지
물어보고 사는 것이 팁이란다.


좀 귀찮지만 다시 이 빗길을 뚫고 물을 사왔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쌍무지개를 보았다. 노지는 태어나서 쌍무지개를
처음 봤다고 한다. 나도 오랜만에 무지개를 봐서 기분이 좋았다. 


우리는 어제 사놓은 일본식 컵볶음면과 전자렌지에 바로 데우기만 하면 되는
스페인 볶음밥 같은 걸 먹기 위해 복도로 갔다. 이곳은 식당만 있고,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부엌이 없어서 복도에 있는 전자렌지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전자렌지
양 옆으로 의자가 있어서 약간 없어보이긴 하지만 구석탱이에서 저녁을 해결했다.
 일본식 볶음면은 그럭저럭 먹을만 했는데, 스페인 볶음밥은 뭔가 독특한 향신료가 들어간
푸석푸석한 잡곡밥이었다. 간신히 그 두가지를 먹고, 후식으로 오렌지도 먹었다. 

  
이것이 순례길 14일차의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