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15일차.
9/17 화
이동: 나바레떼 -> 나헤라
이동거리 : 16km
- 잠에서 깨어보니 6시반이었다. 어제 코골이 소리때문에 잠을 잘 못자서 아침에
일어날때 너무 힘들었다. 발에 물집도 계속 생겨서 잠을 잘 자야 하는데..
다들 알베르게에서 보통 7시 이전에 다들 출발하기 때문에 우리가 일어난 시간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여유있게 세수를 하고,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알베르게를 빠져나와 다시 카미노 길을 걷기 시작했다.
나바레떼 도시 중앙에 있는 성당을 들러 내부를 관람한 뒤 관리인으로 부터 쎄요(도장)를 받았다.
성당에서 나오니 밖에는 비가 오려 하는지 많은 순례자들이 가방커버를 씌우고,
판쵸우의를 입고 있었다. 나도 우의를 가방에서 꺼내서 입기 쉽도록 준비를 했다.
나바레떼 마을을 벗어나니 계속 평지가 펼쳐졌는데, 중간중간 포도밭이 아주 많았다.
아니 거의다 포도밭이었다. 길을 걷는 이때가 9월 중순인데, 검은색 포도가 주렁주렁
매달린 모습을 볼수 있었다.
길을 가다가 한두개씩 포도를 서리해 먹었는데, 알맹이가 작은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맛은 아주 달콤한게 맛있었다.
리오하 지방이 와인으로 유명하다던데, 그래서 포도밭이 그렇게 많은가보다.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을 계속 가로질러 가다 보니 왠 흑인 한분이 포도밭에서
포도를 송이채 잘라서 바닥에 내 팽겨치는게 아닌가. 게다가 그 양도 아주 많았다.
노지가 궁금함을 이기지 못해 가서 구글 번역기를 통해서 물어봤는데,
자기는 포도열매를 솎아내는 중이며, 상품성 없는 포도를 미리 잘라내서
다른 포도를 더욱 잘 자랄수 있게 관리하는 거라고 했다. 그리고 2주 뒤에 포도를
수확할거라고 아주 친절하게 설명을 해줘서 고마웠다.
길을 가다가 힘들때 즈음에, 푸드트럭이 하나 나타났다.
여기서 커피2잔과 작은 크로아상을 2개 사먹었는데, 커피는 별로 맛이 없었다.
하지만 간이 의자와 책상이 있어서 지친 몸을 조금이나마 쉬게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계산 할때 보니 계산대 위에 쎄요가 있었는데, 도장을 받을까 하다가 그냥왔다.
나중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도장을 받을걸.. 하고 후회를 했다.
그 도장은 푸드트럭이 새겨진 도장으로, 다른 각도로 생각을 해보면, 다른 사람이 많이 받지를 않는
희소성이 있지 않나하고 생각이 들었다.
계속 걷다 보니 발이 아파서, 노지와 함께 나무 그늘아래에 자리를 피고 잠시 쉬었다.
안전화를 벗고 양말을 벗어서 발을 좀 쉬게 해주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계속 괜찮냐고 물어보는게 아닌가. 덕분에 인사는 아주 많이 했다.
어떤 청년은 내 다리를 보고나서는, 계속 걸어가며 뒤를 돌아보면서, 이것이 까미노라고
말하면서 가더라.
그리고 중간에 한 동양인 청년이 지나갔는데, 홀라 하고 인사를 하니 대뜸 자기는
아임 낫 코리언 이라고 하는게 아닌가. 나중에 이 청년과 같은 알베르게에서
숙박하게 되었다.
다시 떠날 준비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카미노길을 계속 걸었다.
오후2시쯤 되었을까.. 나헤라 도시가 보였다.
나헤라는 큰 도시였다. 옛날 한 왕국의 수도였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도심지도 그나마 크고, 마을 중간에 있는 하천은 산책로 정비가 잘 되어 있어서
휴식하기에 좋아보였다.
중간 하천을 건너서 계속 들어가니 우리가 묵을 알베르게가 나왔다.
알베르게는 사립이었는데, 관리가 잘되어있었고 오픈한지 오래되어보이지는 않았다.
주인은 30대 정도로 보이는 여자였는데, 뭐 나름 친절했던것 같다.
20유로를 주고 침대를 배정받았는데, 자리에 가보니 다른 외국인커플이 우리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게 아닌가, 그들에게 친절하게 자리를 확인해보라고 했다. 커플은 굉장히
미안해하며 자리를 바꾸어주었다. 왠만하면 그냥 남은 자리를 쓰려고 했는데 입구 바로
정면이라 여러모로 원래 자리가 나았다.
그렇게 자리를 잡고 침대에 누으니 아주 편안했다.
짐을 풀어놓고 세탁기를 돌린뒤, 저녁을 먹기 위해 밖에 나왔다.
원래 숙소 근처에 있는 맛있다는 식당에 가려고 했다가, 중간에 케밥집이 있다고 해서
그냥 케밥을 먹었다. 프랑스 파리에서 우연찮게 먹은 케밥이 아주 맛있었던 기억이 있어서 였는데,
노지가 케밥을 원했기 때문이다.
케밥집에 들어가니 중앙 아시아풍( 아마도.. 인도 였던것 같기도 하고) 히잡을 쓴 여성 2명과
아이들 2명이 있었다. 오후 쉬는 시간이 끝나고서 우리가 첫 손님인듯 내부는
정리가 잘 안되어 있었다. 여성주인이 영어가 가능해서 좀 편하게 케밥을 주문했다.
케밥버거와 케밥셀러드, 해서 총 2개를 주문했는데, 역시나 양이 많았다.
나중에 케밥 버거는 테이크아웃해서 다음날 아침밥으로 먹었다.
그렇게 밥을 먹고 나와서는 산책을 하다가 약국을 발견해서, 들어가서
물집방지제인 콤피드를 한개 샀다.
약국에서 나와서 마을을 산책했는데, 마을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하천과 주변의 잘 정비된
산책로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벤치에서 앉아 쉬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서 쉬다가 한 9시쯤 콜라 한잔 마시려고 주방에 내려왔는데,
오늘 오전에 길에 앉아 쉬다가 잠시 지나쳤던 그 아시아인이 있는게 아닌가.
대화를 해보니 이름은 준유이고, 32세, 대만인이었다.
기독교인도 아닌데 카미노길을 걷는다고 하길래 흥미가 돋아 여러가지를 물어보았다.
자신은 영화를 통해 카미노 길을 알게되었는데, 뭔가 도전할게 필요해서 이 길을
걷게되었다고 했다. 영어가 비슷하게 통해서 그나마 좀 편하게 대화를 할수가 있었다.
대화를 끝내고 10시쯤에 올라와서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잤다.
이것이 순례길 15일차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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