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같은 방에 할머니 코고는 소리가 요란해서인지, 잠을 좀 설쳤다. 할머니는 정말 숨이 넘어갈 듯한 느낌
으로 독특하게 코를 골았다.
6시인가 다들 일어나 분주하게 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고, 6시 반쯤 불이 켜져서 나 역시 마지못해 일어났다. 친구가 전날부터 보고싶다고 인스타에도, 카톡에서 연락을 해놔서 보이스톡으로 전화를 걸었다. 나는 피레네 산맥을 넘으며 몸이 고단했던 것, 오빠가 다투고 화해했던 것들을 이야기하며 근황을 전했다. 친구는 얼마전 소개팅을 한 모양이다. 참고로 결혼식 축가까지 한 친구고, 절친의 결혼식을 지켜보며 이래 저래 많은 생각이 있었더랬다. 오빠가 내가 서로 맞춰가는 과정이 물론 쉽진 않겠지만, 보기가 좋고 부럽하고 했다. 자신도 그런 길을 겪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어제 남은 밥과 김치 블럭을 풀어넣은 뜨거운 물, 고추장, 믹스커피, 사과 반쪽 등으로 간단히 아침을 한 뒤 알베르게를 떠났다. 풀내음이 가득한 아침 기운은 어마무시하게 상쾌했다. 햇살이 은은하게 비추어진 아침 길을 걷자니, 발걸음이 가벼웠다. 오늘은 다른 때보다 더 많이 걷고 싶은 그런 날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었다.
전날과 전전날, 계획상으로는 20키로를 걷게 되어있었기 때문에 이 구간은 쉬어가는 코너로 아주 가까운 곳에 숙소를 예약해 둔 것이다. 한시간쯤 걸었을까 벌써 그 장소에 도착하고 말았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생각보다 엄청 넓고 꽤 좋아보였다. 전날 묵은 마을과는 비교도 안되게 큰 규모의 마을이었다. 이곳의 이름은 에스텔라(혹은 에스테야)
조금 더 걷고 싶은 마음에 예약한 앱으로 취소를 하려고 하자, 역시나 수수료가 방값이었다. 아쉽지만 그나마 가격이 좀 저렴했기 때문에 포기하는 마음으로 취소 버튼을 누르려고 하는데, 그 옆에 무료 수수료 요청이란게 보였다. 휴.. 역시 죽으란 법은 없었다. ㅎㅎ
이 곳에서 너무 행복하게도 중국음식점을 발견했다!!
Restaurante Rochas
Arroz con gambas 새우볶음밥 4.20유로 (5300원)
Verduras salteadas 야채볶음 4.10유로(약 5200원)
Cerdo agridulce 탕수육 5.90유로 (7500원)
사실 구글앱에서는 평이 3점밖에 되지 않았지만.. 우리 입맛엔 너무 잘 맞았다..^^
밥을 먹고 나오니 마침 마을 광장에 장터가 열려서 구경하기로 했다. 주로 과일이 많았다. 메론을 먹고 싶었으나 무게와 양을 생각해서 포기하기로 했다. 대체로 과일 가격이 꽤나 저렴했는데.. 익숙한 청포도와 초록색에 얼룩덜룩한 과일을 하나 샀다. 알고보니 그 과일은 서양배였다. 맛은 배 맛이 아니고.. 복숭아와 사과맛에 가까웠다. ^^;
에스테야 다음으로 가게 된 곳은 와인이 나오는 샘으로 유명한 이라체란 곳이었다. 외곽 쪽에 캠핑장이 30유로에 나와있길래 잽싸게 예약을 했다. 평일이라 그런지 엄청나게 넓은 공간에 거의 우리 둘뿐이었다. 나름 독채를 다 쓸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자세한 상황은 영상 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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