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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까미노(산티아고순례길)

산티아고순례길의 야매순례자들 -로르카 [신혼까미노 19화]

 

다행히 30분 정도 지나서 에스텔라로 가는 버스가 정류장에 정차했다. 
이버스를 타고 10분정도를 달려 다음 마을인 라르카에 도착했다.
날씨가 덥고 힘들때 버스를 이용하니 참으로 편리했다... 아마 중세의 순례자들도  버스가 있었다면 자주 이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로르카 버스정류장에 도착한뒤 마을 중앙에 있는 알베르게로 갔다.
이곳에는 두개의 알베르게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데, 한쪽이 이미 만원이어서 반대쪽 알베르게에서 자리를 잡았다.

 *알고보니 우리 반대쪽에 있던 호세네의 여주인이 한국사람이었다고 한다!!

 아무튼 우리가 묵은 곳은 식당과, 바, 알베르게를 동시에 하는 곳이었는데, 직원들이 다행히 영어를 할줄아는 젊은 직원들이어서 편하게 이용할수 있었다.  
침대를 지정받고 짐을 풀어놓은뒤 노지와 나는 밑의 레스토랑에서 맥주 한잔과 해물파스타를 먹으면서 피로를 풀었다.


먹고난뒤 마을을 한바퀴 둘러보았는데, 정말 뭐가 없었다.
성당과 제과점이 하나씩 있었는데, 둘다 문을 닫아서 그냥 겉에만 구경을 했다.
마을에는 이미 다른 순례객들이 군데군데 자리를 잡고 누워있거나,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한 여성 순례자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 전에도 길에서 그림그리는 사람을 본 적 있는데, 오늘만 두번째다. 까미노길은 여성들의 감성을  자극할 만한 무언가가 있는 거 같다.

 노지와 나도 군데군데 구경을 하다가, 근처 밴딩 머신에 가 물 두병과  프링글스를 샀다. 물은 그간 보았던 자판기들에 비해 저렴한 편이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 처음으로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기로 했다. 이제 토틸라라든지 빵, 느끼한 현지 음식에 지쳐가는 상황이라 신라면 스프를 이용해 한국의 맛을 좀 느껴보기로
한 것이다. 가게에서 가장 적은 분량의 쌀과 버섯 통조림, 통마늘 하나를 사갔다. 
 문제는 밥을 어떻게 하느냐인데... 노지는 전자렌지 밥 혹은 냄비로 밥을 짓겠다고 했다. 
 인터넷을 이리 저리 찾아보더니 부엌으로 갔다. 나는 옆에서 캠코더를 들고 이 위대한 도전(?)을 찍기로 했다. 조금 뒤 냄비를 가지고 진짜 밥이 만들어졌다. 순례길에서의 밥이라... 감개무량했다.

신라면 국물을 내고 밥에 얹어먹기 시작했다. 우리 둘다 매운 걸 잘 못먹기 때문에 땀을 뻘뻘 흘리며 먹기 시작했다. 아직은 파스타를 먹어도 괜찮은 상황이구나 싶었다. 노지가 밥을 너무 많이 해서 남은 밥은 접시에 담아 부엌에 두었다. 노지가 다음 번에 볶음밥을 만들어 먹자고 했다. 확실히 직접 만들어 먹으면 여러모로 예산이 절감될 거 같긴 하다. 

 알베르게 식당에 앉아있으니, 왠 네덜란드 아저씨 할아버지가 말을걸었다. 울산 화학단지에 일때문에
한국에 자주 간다고했다.  네덜란드에서 2000킬로미터를 걸어오고있다고 했다.  단 휴가가 2주기때문에
2주걷고 귀국하고, 다시 와서 걷는다고 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 길가다가 포도있으면 그냥 따먹으라고 알려주었다.
 내일 해봐야겠다. 공짜 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