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출산예정일로 계산해보니 임신 1일차가 생리 3일째되는 날이었다.
생리중에도 임신이 될 수 있구나.
5주차
이때부터의 기억이 있다. 왜냐면, 이때가 결혼 1주년이었기 때문이다.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진짜 간만에 롯데월드에 가게 되었는데..
기분이 롤러코스터였다. (정작 롤러코스터는 무서워서 못타고요)
가는 중에 거리에 무법운전자들에게 욕을 욕을 해대고,
갑자기 세상 다 잃은 표정으로 눈물도 훔쳤다. (이건 고개 돌리고 해서 남편 모름)
그렇게 롯데월드에선 그럭저럭 놀고 왔는데, 큰맘먹고 시킨 랍스터는 무진장 짜고,
몸은 너무나도 피곤하였다.
다음날 인스타엔 이런 글을 남겼다.
그리고 몸이 으실으실 열이나서 감기몸살인줄 알고 약을 먹었다.
근데 뭔가 촉이라는 게 있었는지 일부러 타이레놀(예전에 한참 임신을 기대할때 약사에게 추천받음)을 먹었다.
그리고 두통이 심했다. 아침마다.
가슴이 찌릿찌릿하고, 뭐 딱히 하는 것도 없는데 늘 체력이 바닥이었다.
왜 이렇게 체력이 약해졌지 스스로 점검하던 찰나,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5주차 step2
"아무래도 이건 임신같다. 처음 느껴보는 몸의 변화다." 라는 예비 엄마의 직감. 기가막힌 생체시스템, 인간은 흉내낼 수 없는 신의 설계 등등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임테기를 찾아보았다.
없었다.
왜냐면 신혼 5개월차쯤 엽산도 먹고, 한참 좀 노력을 해보다가 몇번 임테기를 뜯고, 묻히고(?), 실망하길 반복했더니
그냥 '주시는 대로 받겠나이다'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그렇게 살다가
1주년을 앞두고서 그냥 막연히 이거 뭔가 문제있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밀려왔었다.
그런데 이번엔 정말 느낌이 달랐다. 그때의 그 실망의 경험과는.
그래서 나는... 임테기를 당장에 사지 않았다.
왜냐면 약국에서 파는 건 4천원이나 하기 때문에 ㅎㅎㅎ
인터넷으로 엄청 싼 임테기를 찾아 주문했다.
하루만에 왔다. 하지만 오후였다. 아침에 확인하는게 가장 정확하다지만 나는 그냥 한번 해보기로 했다.
헉스!!! 진짜 임신이 맞다...
세상에나, 정말 믿을 수 없었다. 너무 기뻤다.
다음날 아침 한번 더 확인해보고, 보건소에 가서 이것저것 받아왔다.
6주차
병원에서 초음파도 해보고 아기집과 난황을 확인했다.
7주차에 가까워져올 무렵, 아침 잠이 늘었다.
늦게 일어나면 거의 빈속이고, 빈속이면 속이 니글거린다.
약간의 거슬리는 냄새, 그리고 그냥 생각들로 인해 우웩 한다.
많이는 아니고, 나는 주로 오전중에 그런다.
검색을 해보니, 생강차, 단순한 맛이 나는 크레커, 바나나 등이 좋다길래 쟁여두었다.
언젠가는 정신 못차리게 미식거려서 죽겠다고 누워있는데 창문밖에서 닭곰탕? 같은 냄새가 났다.
그런데 그게 맡기싫은 냄새가 아니라, 허기를 자극했다. 먹고 싶었다.
도저히 걸어갈 엄두가 나지 않아 그 짧은 거리를 차를 타고 갔다.
빌딩이라, 주차만 한 10분 넘게 걸린거 같다.
그렇게 먹은 닭곰탕... 많이 먹진 못했지만 미식거림을 줄여주었다.
살았다 ㅠㅠ 고맙다... 맑은 국물의 그대여, 나에게 기꺼이 자신을 내주었구나(?)
7주차 (피크)
6주차의 쓰러린 경험(?)을 토대로, 일도 줄이고, 개인적으로 교회에서 하는 봉사도 양해를 구하고 당분간 쉬기로 결정했다.
오전에는 정말 잠을 많이 자서 그런가, 어지럽고, 속이 미슥미슥거리는데, 많이 잤는데 또 졸린다.
그리고 일량이 줄지 않은 상황이라 (적어도 한주는 더 원래대로 진행해야하는) 몸이 너무너무너무 힘들었다.
사실 일을 아예 그만 두는 쪽으로 생각했었는데
얘기를 듣고보니 임신 초기에는 고생하고 그 이후에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오히려 어딘가에 집중하는게 더 견디기 좋은 환경일거란 주변의 설득에 마음을 바꿨다.
게다가 나는 아이들과 책을 가지고 수업하는 교사여서, 태교에도 도움이 될거란 이야기는 굉장히 솔깃했다.
맞는 얘기인거 같고 ~
아무튼 8주차인 지금, 그렇게 결정하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7주차 step2
7주 중반부터 극심한 미슥거림은 점차 줄어들고, 밤에 잠을 자기가 힘들기 시작됐다.
관절통과 다리 경련이 시작됐다.
잠들만 하면, 다리가 움찔 하는 바람에 깨고, 오줌 마려워서 깨고 (참고로 새벽에 한 두세번은 깨요)
옆에서 코고는 소리에 깨고, 관절 아파서 깨고...
한 세시간 잤을까?
그전에는 잠이 잘 와서 문제였다면, 이제 잠 못자서 고통스럽다 ㅠㅠ
8주차
다시 오전의 니글니글이 시작됐다.
괴롭다.
이제 바나나 먹고도, 니글거린다. 이걸 우째 ㅠㅠ
그리고 다음날, 아니 그 다음날.
멀쩡하다.
오매! 이제 입덧 끝?
아니... 이제 오전의 강한 입덧은 하루 중으로 은은하게 퍼지게 되었다.
하루 종일 더부룩한 속.. 땅땅해진 배..
그래도 나는 먹는다. 뭐라도 먹는다. 먹다가 우웩하는 일은 다행히 없다 ㅠㅠ
8주차 4일 (오늘임)
은은한 입덧이 하루에 구석구석 퍼지게 됐지만 이정도면 할만하다..
그러나 복병이 또 하나 있었으니...
바로 호르몬의 영향으로 인한 감정 기복이다...
'내 너를 잊고 있었구나~~'
갑자기 시작된 폭풍같이 몰아치는 슬프고, 우울한 감정들.
딱히 뭔가 상황이 변한 건 아니었다.
사실 오늘 내가 이름 붙여준 남편 차를 폐차하는 일이 있긴 했다만...
아니 그게 그렇게 울일이야?
거기서부터 시작된 걸까?
나는 갑자기 버거킹 잘먹고 눈물을 흘렸다. 유튜브에 '희망' , '김신영' , '웃긴 영상' 등등 쳐가며
어떻게든 이 감정을 멈춰보려했으나 계속 눈물이 났고
남편은 일을 부랴부랴 마치고, 나를 그저 안아주면서, 감정을 털어놓을 수 있게 해주었다.
그저 우울한 줄만 알았는데
내가 운 이유는 ...
"내 자신이 아무 것도 안 될 거 같고, (맨날 누워있음) 내가 지금 열심히 진취적으로 나아가야할텐데 그러지도 못하고 안주하는 것 같아.
괜히 미래에 대해 불안해져... 세상에는 왜 이렇게 나쁜 일들이 많이 일어날까?... 돈없이는 정말 행복할 수는 없는 건가.."
뭐 이런 문제들이었다.
남편은 나를 꼭 안아주더니 이런 말을 해주었다.
"여봉이 만나기 전에는 미래를 별로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여봉이가 있어서 그 다음을 생각하게 되고,
어디가도 어떻게 돌아올까 생각하고.. 여봉이 곁에 있어야 하니까,
여봉이가 옆에 있어서 삶의 목적도 생기고 그래서 좋다"라고.
나는 그 얘기를 듣자마자, 감동 먹고 메모장에 그 말 적고, 정신차리고 샤워하고 나서, 이 글을 쓰고 있다.
호르몬의 지배를 받는 것 썩 유쾌하진 않은 일이지만, 그것은 반드시 지나가고, 또 다른 차원의 경험들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란걸 느꼈다.
임신이란 아주 새로운 세계를 경험 중인 모든 예비 엄마들...
정말로 정말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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