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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40주 6일, 엄마가 되는 준비

일상을 살면서... 다 때가 있지 라는 생각을 하며 산다.

그러나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그 타이밍을 기다리는 순간이다.

초조하고, 염려하다가도, 여유가 생겨서 어쩐지 마음이 좀 넉넉해지고, 그런 순간들의 반복이다.

출산예정일을 넘기면 어떻게 되는지, 자연진통은 도대체 어떻게 오는 건지, 검색을 참 많이도 했다.

정답지는 아직 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지만 엉뚱한 문제집 뒷페이지를 자꾸만 뒤적거리면서 내 입맛에 맞는 답안을 찾고 있다.

지금은 초조하고 염려하는 그 다음 단계, 여유가 생긴 단계다.

이때는 38주차인듯?

그래서 나와는 100프로 맞지 않는 답지를 뒤로 하고, 그냥 내가 처한 상황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내일이면 임신 41. 예정일에서 일주일을 넘긴 상태

하루에 만보이상을 걷고, 틈만나면 짐볼 위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기의 작은 태동에도 멈춰 서서 반응하고, 말을 걸고 심지어 그의 발차기를 시원한 마사지로 인식하는[!] 그런 단계.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장 기다리고 염원하는 것은 진통!

출산의 고통이 두렵던 때는 옛날에 끝났다.

가끔씩 찾아오는 배뭉침, 찌릿찌릿한 통증, 생리통 비슷한 그 느낌들은 반가운 친구들 같다.

그래서 나는 언제든 출산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다.

아기가 너무나 기다려진다.

이런 점이 어쩌면 예정일을 지난 시기의 장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게, 나를 위한 타이밍일지 모르겠다.

겁이 너무 많아, 예전에 손바닥 두바늘 꼬맬 때도, 몸을 벌벌 떨며 고개도 못돌리던 나였다. 심지어 피 뽑을 때도 한 90정도 고개가 돌아가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주관하여 출산의 방향을 정하고, 때를 기다리고 있다. 솔직히 그냥 주치의쌤이 하자는 대로... 예정일에 유도분만 진행하다가 정 안되면 제왕절개하는 거, 전문가가 권장하는 방법으로 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중간 중간 들기도 했다.

선택은 그만큼 어렵다. 더군다나 생명이 연관된, 처음해보는 이 낯선 경험에서의 선택은 너무나 어렵다.

그래서 그 선택을 남에게 맡기고픈 생각과 동시에 후회가 없도록 당사자인 나와 아기가 주체가 되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40주 3일이 되는 날 유도분만을 잡았지만, 사실 그날이 주치의쌤 휴진이라 하루를 미뤘는데, 그날 밤 계속 무증상이던 나에게 생리통 같은 진통이 찾아왔다. 그래서 좀 더 기다려보고 싶어졌다. 다음 날 태동검사를 통해 아기 상태를 보고서 자연진통을 41주 1일까지 기다려보는 것으로 정했다. 

지인들로부터 육아를 시작하게 되면 출산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니었다는...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가 제일 좋았더라는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

지금으로서는 상상이 안되는 이야기지만, 많은 사람들이 말을 하는 걸 보면 현실성이 있겠다 싶다. 육아를 하면서도 지금처럼 를 기다려야하는 일이 많을 거다.

봄의 타이밍을 아는 다람쥐처럼..
가을.. 딱 그 한철 먹을 수 있는 전어처럼..

그래서 나는 지금 이 기다림의 시간을 육아의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

기다림이라는 건 언제나 유익하다. 나를 더 용기있게, 시야를 넓힐 수 있게 도와주므로.

아기와 함께 할 시간들이 너무나 기대가 된다.

그리고 어느새 생겨난 아기에 대한 애정, 모성애가 참 신기하다. 처음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던 6주차에는 마냥 그 사실에만 기뻤고, 13주쯤에는 뭘 잘못 먹고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심박측정기를 급하게 사고, 코로나가 시작되고는 외출하기도 두려워지고, 30주에는 배뭉침 때문에 안절 부절...

그 모든 시간들이 만나, 그저 여자였던 나에게도 엄마라는 타이틀이 붙게 되는 건가보다.

 

이렇게나 작았던 금강이..

 

임신을 알게 된 그때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