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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40주를 넘긴 막달 임산부의 복잡한 심경.. (feat.부동산 계약...이사와 층간소음, 유도분만)

지난 한주동안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39.. 곧 출산의 앞둔 임산부에게 이게 좋은 거였는지, 나쁜 거였는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큰 일 하나 치러내어 개운하다.

1월에 집을 계약하고, 장장 5개월간을 신경쓰다가 마침내 이사를 했다.

뭐 하나 만족스럽게 진행되는 것이 없었다.

갭투자를 하는 매수자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매도자 사이에서 조금이나마 피해를 안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은 마음을 내려놓는게 최선이었다.

결국 잘 조율이 안되서 이사짐을 다 들이고, 도배를 하게 되는데...가능은 하다니까, 돈 좀 더 들이지, ...’ 라며 단순하게 생각했던 일은 예상보다 몇 배는 더 힘을 들여야하는 일임을 아주 뼈저리게 알게 된다. 이사짐을 안 풀고, 도배 후에 다시 정리하고 청소해야하니 이만 저만 힘든게 아니다... (비용은 30만원 정도 더 들었음)

게다가 39주가 넘어서도 약간의 진통도 없이 너무나 말짱한 무증상 막달 임산부에게 담당의는 은근한 걱정거리까지 안겨주었다.

“이거 이렇게 아무 증상도 없으면 안되는데... 빨리 걷기를 많이 하세요.”

그 전까지는 아무 문제 없이 순산할 수 있을 거라 철썩같이 믿었던 나는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나는 양수도 적당하고, 아기 위치도 좋고, 많이 내려와 있다는데... 당뇨도 없고 임신중독도 없다. 그냥 초산모라 좀 오래 걸리는 거 아닌가? 별 걱정이 없었는데 유도 분만얘기까지 나오기 시작하니, 슬슬 걱정이 되는 것이었다.

유도분만을 꼭 안해도 되는거 아닌가? 실패할 확률도 높다는데... 이런 저런 생각들이 날때마다, 걷고, 짐볼하고, 남편하게 회음부 마사지 부탁했다가 계속 실패하고... 계단오르고, 열라 집 청소하고... 나름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려고 애썼다.

그리고 강제적으로 몸과 마음의 근육을 이완하려고, 매일 저녁 반신욕을 하면서, 따끈한 우유도 데워마시고, 음악도 들었다.

...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한데...

그때 울리는 쿵쿵쿵 소리.

새로 이사 온 집에 층간소음이 있었다.

그 전 집에서도 층간소음 때문에 애를 먹다가... 그래도 고생끝에.... 순조롭게 잘 해결한 이력이 있다.

그래서 그때만큼 엄청나게 스트레스 받고, 괴롭진 않았으나,

발도끼 소리... 쿵쿵쿵은 처음이라... 신경이 안쓰이긴 어려웠다.

옆집 애기들이 끼야아악 하는 소리도 들리긴 했지만 하루종일 울려퍼지는 이 은은한 진동은 계속해서 머리 속을 맴돌았다.

주말에 슬리퍼 두 개를 사들고 윗집에 가보았다.

초등학생 여자아이 둘이가 있는 집이었다.

그 집 아빠가 나와서 내 얘기를 들어주고, 자기네들도 피아노 소리 때문에 고생한다며 고충을 안다는 듯 조심하겠다고 했다.

아이들이 슬리퍼 신다가 넘어질 수도 있다며 슬리퍼는 받지 않았다.

.. 결국 말만 노력한다는 얘기였다.

그렇게 다음 날, 다다음 날 아침인 지금도 여전한 진동을 느끼고 있다.

어젯밤에는 단독주택으로 이사가고 싶다며 부동산 사이트를 뒤지고, 눈물까지 보였다.

결국 층간소음이란 것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마음을 내려놓는다고 고막이 조정되는 것도 아니니까.

 

그리고 이제 임신 이야기로 넘어와서,

나는 403 되는 날 유도분만을 잡았었는데...

402일째가 되는 지금까지도 별 증상이 없다. 괜히 안해도 될 것을 무리해서 하는 것이 아닌가... 자연진통을 더 기다려보고 싶단 생각이 굴뚝같다.

게다가 유도분만 잡아놓은 당일에 담당의 휴진이라, 아침에 잠깐 보고 퇴근하신다니... 불안하다. 나를 전담해줄 사람이 없다는게...

물론 유도분만 첫날에는 거의 효과를 못본다고는 하나, 촉진제를 세심하게 써가면서 경과를 지켜봐야하는 유도분만인데, 담당자가 없다는 건 상식적으로 안맞지 않나?

아니야... 병원에서 알아서 잘 해주시겠지. 괜한 걱정이야.’ 하는 애써 내는 속편한 소리는 안하련다.

그냥 내 맘 편한대로 선택하는 게 장땡이다.

이런 중요한 일일수록 심사숙고하고, 목소리를 내는 게 맞는 거다.

어차피 후폭풍과 그 책임은 내가 감당하게 되어있는데 말이다.

 

그런데 참... 잠시 샛길로 좀 빠지자면,

우리나라는, 아니, 우리나라만 그런지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집을 사거나, 출산을 하거나 하는 이런 큰 일을 왜 이렇게 쉽게 결정하고 판단할까? 집보는 것도 처음에 눈대중으로다가 알아서, 한번 쓱 둘러보면서 살펴야 하고, 출산에 대한 부분도 임신 기간 중에 산모들이 의사의 권위에 눌려 결정하는 일이 많은 것 같다. 상의해서 결정한다기 보단...

암튼 나는 그래서, 유도분만 날짜를 하루 미뤄 40+4일에 진행하든지, 41주까지 자연진통을 기다려보고 제왕절개를 한다든지 하는 두가지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이 글을 쓴 뒤 잽싸게 짐볼을 타러갈 생각이다.

또 분리수거 하러 내려갔다가 계단으로 올라오고...

어제는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 차마 밖으론 못나가고, 이케아에서 2.1키로 정도 끄적거리다(?) 왔다. 근데 이상하게 더 다리가 아픈건 왜인지? 생각해보니 그냥 서있는 시간이 많았던 거 같다.

, 이 글을 쓰면서도 애써 발도끼 소리를 무시하는 중인데, 여차하면 다시 올라가서 이야기할 시나리오도 좀 생각해야겠다.

슬리퍼를 좀 꼭 신어주시라, 아이들 매트를 좀 깔아주시라... 제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게 기분 나쁘실 순 있지만 층간소음을 겪어보신 분으로서 아랫집 고충을 좀 이해해주시라고 사정하며 저자세로 2차 시도를 해볼 참이다. 밤마다 울리는 고막에 눈물만 삼키고 있을 순 없지 않나? 정말 이 미세한 진동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와 두통을 유발하는지... 말로다 못한다, 정말.

이 글을 읽으시며 공감해주시는 분들,

같이 이 난관을 잘 이겨내보아요! 끝내는 잘 해결될 겁니다. 시련을 지나가게 되어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