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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까미노(산티아고순례길)

산티아고 순례길 수비리에서 한량처럼 지낸 어느 하루

 

오늘은 일요일이기에 커피 한잔 하면서 간단히 예배드릴 수 있을만한 장소를 찾아보았는데, 마침 인포메이션 센터 옆에 마땅한 장소가 있었다.

센터에서 관광 정보나 볼까하고들렀는데 아무도 없었다. 나오는 길에 한 젊은 여자가 우리를 보고 센터에 함께 들어가자고 했다. 

사람이 없어서 일찍 파하고 가려는걸 우리가 본의아니게 붙잡게 되었다. 책자를 하나 받고, 미안한 마음에 내가 유어 뷰리풀이라고 한방 날려주었다. 실제로 미인이기도 했다. 아무튼 어딜가나 예쁘다는 소리 마다할 사람은 없는 거 같다. 엄청 좋아했다.

 우리는 옆에 카페로 넘어가 스페인어로 주문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오빠는 번역기로 만발의 준비를 하는데 또 우리 순서가 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리 순서가 왔고, 오빠가 뭐라고 내뱉자 종업원이 말 끝에를 살짝 정정 해주고 커피를 만들기 시작했다. 야외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내가 가져온 책자를 가지고 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나서 주변 산책을 하다가, 건물 사잇길에 놓인 벤치에 앉아 가만히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을 했다.

 그 중에 어떤 남자 둘과 개 한마리가 지나가는데, 개한테도 자기 몫으로 보이는 짐이 매여있었다. 뭔가 유럽 정신이 느껴지는 재밌는 풍경이었다.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그러고 있다가 잃어버린 등산 스틱을 사기 위해 아웃도어 샵에 들렸다. 약간 무거운 감이 있지만 그나마 저렴한 20유로가 좀 안되는 스페인 제품을 구매했다. 나는 등산 양말을 하나 사려다가 3만원이 넘는 고가여서 그만 포기했다. 

어차피 내일이면 대도시인 팜플로냐에서 살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저녁은 점심에 먹었던 식당에 가서, 스페인에서만 맛볼 수 있는 치킨 빠에야와 모둠 크로켓을 시켰다. 결과는 실패였다.

그저그런 맛의 빠에야와 뭉개지는 듯한 식감과 느끼한 맛을 자랑하는 크로켓은 들떠있던 마음까지 뭉개버렸다.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시킨 감자 또띨라 역시 별로였다. 저녁은 실패하고 말았지만 잠은 아주 잘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