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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까미노(산티아고순례길)

피레네산맥 넘고 론세스바예스 숙소 없어서 다음 마을! [현실적인심정토로]

 

중간중간 쉬면서 앉아있으면 안개가 낀상태로 바람이 어찌나 부는지... 머리에 이슬이 낄 정도였다. 여보가 그걸 보면서 웃었는데, 내가 털어버리는 바람에 동영상을 찍지는 못했다.

중간중간 w.c 화장실 표시가 있는곳에서 볼일을 처리했는데, 사실 여기는 아무것도 없다.

단지 돌로 둘러싸서 시야에서 조금 안보이게만 되어있는 곳인데, 그래도 나름 유용하게 사용했다.  순례자 사무실에서 준 안내책자를 보며 길을 찾아 계속 올라갔다.

피레네 산맥을 넘을때는 날이 맑은날 넘는것을 추천한다. 아니면 우회해서 조금더 안전한 길로 가던지. 왜냐하면 중간중간 길을 잘 찾아서 넘어야 하기 떄문이다.

안내책자에 한국어버젼까지 제공해주는걸 보면 적지않은 수의 순례자들이 여기서 길을 읽고 조난을 당한듯 하다. 여보와 나는 다행히 별일 없이 길을 찾아 산맥을 넘을수 있었다.

 

피레네 산맥 봉우리를 지나가니, 이제 초원대신 숲이 나타났다..

이제부터는 스페인 국경인듯.. 표지판도 바뀌고. 길도 포장도로에서 비포장길로 바뀌었다... 한참을 걸어가니 이제 완만한 길과 이윽고 내리막길이 나타났다.

이떄가 한 3시쯤 되었는데.. 이후로도 한 3시간쯤 더 걸어가서야 론세스바예스에 도착할수있었다.

도착할때.. 그냥 도착한다고 썼지만 여보와 나는 다리가 풀려 후들후들 거리며

간신히 마을 입구에 들어섰다... 

론세스바예스는 아주 작은 규모의 마을인데, 가운데 수도원? 성당 같은 곳이 하나있고 음식점이 2군데가 있었다.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우리는 경치를 감상할 새도 없이 순례자 사무실로 향했다..

그런데 아뿔사... 도착하니 론세스바예스 알베르게에는 방이 없었다... 자원봉사자들이 여기는 방이 없으니빨리 택시를 타고 다음 마을로 가라고 재촉을 했다.

급한 마음에 동키로 보낸 짐을 찾고 도장을 받은뒤 바로 택시에 타서 에스피날? 근처의 한 

캠핑장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도착하고 보니....내 스틱이 없었다.. 이런.! 도장을 받을때 아마도 거기에 스틱을 두고온것같았다...

여보가 불쌍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다행히 화는 안내는 구만..

도착해서 방을 잡고 숙소에 짐을 풀었는데, 여보의 상태가 안좋아보였다.. 

얼굴이 벌개서는 기력이 없어서 잘 걷지고 못했는데... 

그래서 나는 감자칩 과자와 물을 한개 사서 여보에게 주고, 상냥한 마음씨와 말투로 여보를 위로해주었다... 내 나름대로 할수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

그리고 나서 읽어버린 스틱을 찾기위해 알베르게 사무실로 와서 택시를 불러달라고 했는데..

불러서 오면 가격이 아주 비싸다고... 택시가 중간중간 올터이니 나보고 기다리라고 했다.

한 10분간 기다렸나.. 택시가 왔다. 그런데 이사람이 자기는 큰마을로 가야하니 불가능하다고하는게 아닌가...

그리고 그 택시에는 우리가 산맥을 넘을떄 보았던 17키로그램 배낭 아저씨가 있었다.. 아저씨는 웃고는 있었는데, 표정이 반쯤 썩어있었다. 간신히 웃으며, 자기는 오늘 너무 힘들어서 혼자 잘만한곳을 찾아 대도시로 간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완주하기 바랍니다 라고 해주었다..

그리고 나서 택시를 기다리는데.. 저녁 8시가 거의 되어도 오지를 않아서 그냥 여보가 누워있는 숙소로 돌아갔다. 여보는 감자튀김을 먹고 나서 기운이 좀 돌아왔는지 조금씩 걷기 시작했다. 

이윽고 우리는 식사를 하기위해 식당으로 이동했다. 숙소예약할떄 저녁포함으로 23유로. 46유로 정도 지불했기 떄문이다..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데, 따듯한 수프가 나와서 좋았다. 그리고 볶음밥도 나왔고, 후에 메인디쉬로 돼지고기 스테이크도 나왔다. 

한식탁에 많은 사람들이 둘러앉아 식사를 했는데,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아서 가만히 앉아서 식사만 했다. 

여보 옆자리에 아이리시 노부부가 앉았는데, 여보에게 이것저것 영어로 물어보았다. 

그러다가 나에게 김정은과 트럼프에 대한 생각을 물어왔는데 할말은 많았으나, 전달이 어려워 너무 아쉬웠다. 머리 속에 단어들만 굴리고 있는 통에 아이리쉬 아저씨의 시선은 이미 다른 곳에 가있었다. 

메인이 나온지 한참이 지나서야 후식이 나왔고, 나는 아이스크림, 여보는 요거트를 시켰다.

먹고 자리에서 일찍 일어나 알베르게 숙소로 돌아가 잠을 잤다.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버린 아내의 일지]

피레네 산맥을 건넜다. 다리를 절룩거리며 몸살 직전의 만신창이가 되어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그리고 자다가 3시간만에 깨서 이걸 적기 시작한다. 침낭이 너무 두껍기도 하고, 외투처럼 잠겨있어 나를 옥죄는 느낌이 들어서였을까. 갑자기 어마어마하게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한국 밖으로 나와 세상을 만끽하려고 나왔는데 오히려 여기에 갇혀버린 느낌이었다. 언어를 못해서일까, 이 연약한 몸뚱이 때문일까 ... 사랑하는 사람과 이런 도전을 하게 되면 마냥 좋을지 알았는데. 여러 나라 사람과 뒤엉켜 자고 있는 알베르게의 2층 침대도 너무나 괴롭다. 중도포기 하고 싶을 정도로 ...
야고보서 1장 4절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 이는 너희로 온전하고 구비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하려 함이라

마치 광야 같은 곳. 하나님을 찾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