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20키로라는 거리는 우리에게 쉽지 않은 거리였다. 지난 번 피레네에서 얻는 근육통이 다시 도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너무 지쳐서 풍경보다는 땅을 보기 시작할 때였다.
걷다가 간간이 보였던 한 노신사가 우리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나는 그 전에 그분을 보며, 걸음 걸이가 힘겨워보이길래 어떻게 이 길을 걷게 되었을까 궁금 해하기도 했었다. 미국에서 온 이 빌이란 할아버지는 형님이 한국전쟁에 참전했었고, 한국산 제품에 대한 이미지도 아주 좋아서 현대, 기아 자동차와 삼성 tv를 좋게 평가했다. 그러다가 김정은과 트럼프에 대한 이야기까지 하게 되었다. 빌 할아버지는 김정은이 정말 평화를 원하는 것 같냐고 물었고, 또 트럼프는 전쟁을 원하는 미치광이라며 감옥에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의 누구처럼. 그렇게 또 길을 걷고, 쉬기를 반복하다가 또 빌 할아버지를 만났다.
이번에는 거의 3키로 가량을 같이 가면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가 아내와 왔으며, 아내는 몸이 아파
택시를 타고 먼저 행선지에 가있으면 거기에서 만난다는 이야기. 또 the way란 영화를 보고 산티아고에 대해
알았으며, 카톨릭 신자에 6남매를 슬하에 두고 있고, 과거엔 비행기를 다루는 엔지니어였다는 이야기까지.
나중에는 스페인어 교실까지 열어서, 간단하게 의사소통 할 수 있는 단어들을 알려 주었다. 그 후도 음식 주문할때
유용하게 써먹고 있다. 그러다가 우리는 팜플로냐에 도착하기 6키로 정도를 남겨두고 헤어졌다. 꼭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아디오스란 작별인사가 아닌 '아스타 루엔토'라고 또 보자는 의미의 인사를 남겼다.
걷는 것만도 쉽지 않는데 영어로 생각하는 일까지 겹쳐지면 힘들 거 같단 생각에 순례자들과 별 접촉하지
않았는데, 먼저 말 걸어주고 마음을 열어 대화하는 순례자 빌 할아버지 덕분에 먼길이 조금 더 단축되었다.
다시 한번 이 길에서 또 마주 친다면 언어에 대한 걱정보다 반가움이 앞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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