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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육아생각

예정일을 넘긴 임산부의 고민(유도분만을 해야하나)


인생에 있어서 또다시 간절한 시기가 찾아왔다.
출산을 앞둔 만삭임산부의 고민이 깊어진다. 고민이 걱정이 되어버리기 전에 생각을 정리해야겠다.
첫째때는 뭣모르고 진통만 기다렸다. 산통도 모르고, 보호자도 상시대기중이니 단지 아기가 제때 안나오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만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계산할게 너무 많아졌다.
일단 첫째를 어디 맡겨두고 출산을 해야하는데 자연분만을 기다리는지라 타이밍을 정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사실 지금은 첫째가 어제부터 할머니 댁에 가있는 상황. 엄빠없이 첫외박이었는데 초반에만 엄마를 좀 찾다가 어쨌든 잘 잠들었다고..
그치만 엄청 뒤척이는 바람에 할머니 즉 울 엄마가 아주 고생을 했다.
어제 2.5가 열리고 이슬까지 비친 상황이라 의사의 권유에 따라 입원을 했는데 유도촉진제를 쓰고 싶지않아 수액만 맞고서 대기했더니 진통도 없고 감감 무소식이다.
그 다음날인 오늘은 열심히 돌아다니고 계단도 오르고 지금도 짐볼위에서 둥실거리는 상황이지만 가진통이 없다.
내일부터는 설연휴다. 그래서 유도분만이 안된다.
그냥 촉진제를 맞았어야했나. 맞고 어제 낳을걸 여러사람 고생시키는게 아닌가 후회가 밀려온다.
이번만큼은 유도제를 쓰지않고 태아의 타이밍에 맞춰보려했던 결심은 으스스 무너지고 있다.
심지어 지금은 출산하기위해서 pcr검사결과가 필요한데 당일산부인과서 응급 검사를 하게되면 신속항원까지해서 인당 55000원이 들게된다.
어제의 입원을 위해 검사결과를 받아놓긴했는데 그 유효기간은 내일까지.
내일까지 출산을 할지 안할지도 모르니 내일 보건소가서 또 한번 코를 찌르고 와야한다.
여러모로 골치가 아프다.
모든걸 다 만족시킬 수는 없는건데..
뭘 포기해야할지 뭘 우선시 해야할지도 못정할만큼 정신이 사납다.
막연하게 기다린다는게 참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결과가 나오기 위해 뭐라도 해놔야할거 같다.
그래서 의사가 아무 문제가 없는 나한테 자연스럽게 유도분만을 권한 거였구나 새삼 깨닫는다.
우리나라는 유독 예정일도 안된 산모들이 유도분만을 많이 한다고 ..
비교적 빠르고 안전하게 예측가능한 출산을 원하는 국내정서가 반영된 당연한 결과일지 모르겠다.
뭐 그건 그런거고 다시 내 개인사로 돌아와서..
간절함과 첫째가 부재한 이 여유로운 시간은 어쨌든 나한테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져다준다.
나는 살면서 뭘 중요시하게 생각하며 뭘 놓치고 있었을까 하는 것들..
확실히 옆에서 쫑알대는 첫째가 없으니 넘 허전하고 괜시리 눈시울이 붉어진다. 요즘 나는 첫째한테 사줄 전집(책)에 꽂혀있었다. 무리하게 돈을 써대고 당근마켓 키워드 알림소리에 무척 예민했다.
첫째가 하는 말에 귀기울이기보단..
그리고 사들인 값비싼 전집을 읽히고 싶은 욕심이 컸다. 물론 원래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 억지로 하게끔 한건 아니었지만 확실히 나의 사심이 들어가서 그런가 첫째가 그전만큼 즐겁게 책을 읽는 느낌이 아니다.
본질을 잃어버린 행위는 이제 그만 둬야겠다.
그리고 가족들이 베푸는 배려와 사랑을 당연시 받지말자.
감사히 여기자ㅜㅜ
이상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