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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육아생각

책육아에 대한 생각 (ft.17개월 아기맘)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TMI,
이제 단유한지 3개월째, 백신 접종한지도 2주가 되어가는 시점.
여전히 조심해야겠지만 서서히 위드코로나로 마음을 다져가는 상황이다.
임신 기간 3개월을 제외하곤 출산과 육아를 코로나 속에서 해온터라 정말 많이 갑갑했다.
애기도 걷고 혼자 놀기도 하고 제법 수월해졌으니 슬슬 친구를 만나러 다니기 시작~


본론 들어가요. ㅎㅎ
어제 유치원동창이자 같은 빌라 동 출신인 빈씨네에 놀러갔다 ㅎㅎ 빈씨네 애기는 울애기보다 동생이다.
처음 만나는 여동생에게 울애기는 꽤나 젠틀했던 거 같다. ㅎㅎ 물건을 막 뺏는다거나 밀치거나 하지 않고, 기어다니는 쬐그마한 생명체를(?) 요리조리 피해다니는 모습에, 어린이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나는 둘째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결심이 더 확고해진거 같다. 하나 더 낳아도 되겠어! 자상한 오빠(내심 기대)의 기질이 보이는걸!!
9개월인 우리 여동생에겐 그 개월수 장난감도 많았지만 엄마의 투철한 준비성으로, 17개월 오빠가 신나게 갖고 놀만한 것들이 정말 많았다 ㅎㅅㅎ
퍼렁토끼 전집 뿐 아니라 돌잡이 명화 소전집을 '공구'로 득템했다는 빈씨는, 경쾌하게 책장을 넘기며 나에게 신세계를 소개시켜주었다.
나에게는 당근에서 산 빛바랜 돌잡이 수학 책이 있었는데, 울애기가 굉장히 재밌게 봐서 내용이 정말 좋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근데 이 명화 시리즈는 장난이 아니었다.
전문가들은 어쩜 이렇게 애기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교육적이면서도, 놀이감으로 잘 버무려내는지 감탄했다.
그리하여 나는 '인스타 공구'라는 개념을 새로 알게 되었다.
책육아를 타이틀로 걸고 여러가지 영유아책을 소개하고 공동구매까지 할 수 있는 자리까지 마련해주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나는 맨날 당근보면서 싸고 양많은 것들,,, (책 얘기임) 그런 것만 득템할 줄 알았지, 이런 세계가 있는 줄은 정말 몰랐다.
  그렇게 열심히 인스타를 뒤져보았으나 아쉽게도 명화시리즈를 공구하는 계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울애기가 좋아하는 앤서니 브라운 책 시리즈 하나를 기존 가격보다 9천원 정도 싸게 팔 수 있도록 링크를 걸어놓은 사람이 있길래 좀 망설이다가,,, 진짜 여기가 제일 싼건가? 의심하면서 여기저기 뒤져보다가,,, 중고도 좀 찾다가,,, (이렇게 두시간 정도 보낸듯...아이구야 참 몇천원 아끼려고 몇시간씩 쓰는 일이참 많기도 하지ㅜ)
최저가가 맞다는 확인사살 후 나도 공구에 동참했다 ㅎㅅㅎ

앤서니 브라운 꼬마곰 시리즈 - 다른 시리즈는 이미 있음 ㅎ

 

공구로 사는 것도 꽤 괜찮은 방법인거 같다.
당근 뒤지기도 바쁘던 나는, 중고 카페도 뒤져야하고, 이제 인스타까지 뒤지게 생겼다.
그러다가 순간,
집에 있는 책들도 다 읽어주지 못했으면서 너무 쟁여놓기만 하는거 아닌가?
어쩔때는 물건살거 보다가 애기가 칭얼거리는거를 귀찮아하기도 한다. 주객전도, 그건 좀 문제다.
근데 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일단 키워드를 등록해놓았다.
근데 나는 뭐때문에 이렇게 책육아 책육아 하면서 혈안이 되어있는가,,,
울애기 말문 트이게 하려고? 독창적인 감각을 키워주려고? 똑똑한 사람으로 자라게 하려고?
아무래도 나의 소비엔 뭔가가 빠진 거 같아서, 그렇게 자문하게 된다.
나 자신을 들여다보자.
나는 책을 읽으면 간접 경험이 되어서 좋다. 그림책을 보면 기분이 좋고, 글자만 있는 책을 보면 뇌를 좀 제대로 쓰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여러모로 기분 좋은 일이다, 독서라는 건.
나에게 책이 그러니, 그런 좋은 경험을 울 애기한테도 전달해주고 싶었던것...
내가 책에 그렇게 안달이 나있었던 건 그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한 편으로는 그 책육아 공구한다는 무슨 맘, 무슨 맘들을 보면서,,, 나도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면서 좀 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만한 그런 컨텐츠를 만들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책육아 영상이라면서 바로 책으로 재우는 내용을 넣다니,,, 지금보니 순서가 좀 틀렸다.
책이 그만큼 편안하고 친근한 이미지가 되었단 걸 보여주려 한건데, '책육아'를 검색해들어온 사람들은 그런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겠지. ㅜㅜ
제2장에는 책을 좋아하게 된 노하우(?) 비슷한 것이 들어가있는데, 그걸 더 먼저 소개했어야했다.
시간이 좀 지나 보니, 약간의 객관화가 된다. 조금씩 하다보면 나아지겠지.
그러면서 소소하게 육아비도 좀 벌고...ㅎ ㅅ ㅎ 나에게 도움되었던 것들을 공유하며 돈까지 벌면 최고아닌가!
나이 30이 넘어서도, 엄마라는 타이틀을 갖고도, 나는 이렇게 꿈을 꾼다.
앤서니 브라운의 책 우리 엄마에서 보면
울엄마는 우주비행시나 발레리나, 사장(맞나?!)이 될 수도 있었지만 우리 엄마가 되었다는 내용이 있다.
이 부분을 보면 반은 감동이 되면서도 반은 좀 애석한 느낌이 든달까,,,
모쪼록 나는 뭘 잘할 수 있을까 장래희망, 내 장래뿐아니라 우리의 장래를 생각하게 된다.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것, 한 단어로 '육아'란 말이 왠지 좀 딱딱하면서도 힘이 들어가있지만, 덕분에 나도 자란다.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