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혼까미노(산티아고순례길)

산티아고순례길의 첫대도시 팜플로냐 관광의 날 [신혼까미노 15화]

팜플로냐는 이때껏 지나온 마을들에 비해 굉장히 큰 도시였다. 
 구시가지만의 옛스러움과 현대적 도시의 느낌의 잘 조화된 유럽풍 도시였다.
 우리는 전날 마지막 3키로를 남겨두고 결국 버스를 타고 말았다. 결국은 17키로 정도를 걸은 셈이다. 걸음이 어딘가 잘못 되었는지 한쪽 다리만 너무나 아팠다. 
 우리가 팜플로냐에서 묵게 된 곳은 오타노라는 이름의 펜션이었다. 사실 앱에서 평이 그닥 좋지 않았는데 어째서 그 숙소를 예약한건지 나도 잘 기억이 안난다. 무거운 몸뚱이를 침대에 던졌다. 노곤한 몸과 마음을 침대에 덮어버리고
잠이 들었다. 

 9시 조식 시간에 맞춰 준비해 방을 나섰다. 레스토랑도 운영하는 숙소이기에 은근히 기대를 했는데, 일단 바로
내려가란다. 아침 식사는 잼과 버터 바른 잼, 그리고 커피였다. 열심히 아침을 챙겨먹고, 나는 프론트에 짐을 맡겼다.
 오빠는 만약의 사태를 위해 짐을 맡기지 않겠다고 했다. 언어조차 되지 않는 상태에서 문제가 생기면 큰일 날테니까.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만 나의 생각과 판단을 존중해서, 내 짐을 맡기게 된 것이다.
 오늘은 관광의 날로 지정했다. 전날 버스의 맛을 알게 됐고, 또 다리가 너무 아픈 관계로, 쉬엄 쉬엄 관광후에
버스를 타고 넘어갈 속셈이었다.


 우리는 알베르게에서 묵지 않아서, 아쉬운 마음에 스탬프를 찍기 위해 관공서로 행했다. 관공서에서는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면 스탬프를 찍을 수 있다며 지도 한장을 손에 쥐어주었다. 그곳을 찾기 위해 건물을 나왔는데 막상 나와서 보니, 거리상 굉장히 가까운 거리인데도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길을 걷다보니 인포메이션 센터가 나왔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캠코더를 들고 안으로 들어가 찍었는데, 스탬프를
찍어주던 직원이 굉장히 언잖아했다. 그리고 촬영을 할 땐 사전에 허락을 받으라는 말까지 해서, 나는 얼른 사과를
했다. 내 잘못도 있지만 순간 좀 당황스럽기도 하여, 얼른 밖으로 나왔다. 다음 번엔 조심해야겠단 마음을 품고 있을
찰나 오빠가 자기도 누가 막 찍어대면 가만 안둘거 같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내 편이 아닌 
상대 편을 들어주는 거 같은 생각에 섭섭함이 밀려왔다. 아주 순간적이었다. 마음은 주체할 수 없이 무너져버렸다.
 나는 도저히 이 마음이 잡히지 않고 표정에서 자꾸만 드러났다. 이런 일로 마음이 상한 나 자신도 꼴보기 싫었다.
 이 모습을 더 이상 보이고 싶지 않아, 각자 따로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만나자고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오빠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안하고 힘든 상황이었다고 한다.
 나는 내 나름대로 생각도 정리하고 관광도 하고, 스페인 문화에 대해서도 검색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는데, 
생각해보니 너무 미안했다. 나는 혼자 팜플로냐 끝자락에 조각 공원에 가 앉아 스페인에 대한 궁금한 것들을 검색
했다. 도대체 밥을 몇시에 먹는건지, 유명한 음식이 뭐가 있는지, 자주 쓸만한 단어들, 화장실엔 왜 변기가 두개가 있는건지... 등등 


 조금 늦은 감 있지만 이제야 그 궁금증이 좀 풀렸다. 아침이 왜 그렇게 부실한건지, 알고보니 거의 5끼를 먹는다고 한다.
뜨거운 태양빛을 피하기 위해 낮잠 자는 시간도 있고, 점심은 2시 정도에 가장 거하게 먹는다고 한다. 음식은 하몽 말고도  많다는 거, 식재료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거, 화장실에 변기가 두개인 건, 하나는 수동식 비데라는 사실...
 그리고 오빠와 다시 만나 데면 데면 몇마디를 나누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 부근에 kfc가 있다는 정보를 얻고 거기에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다시 그 공원 벤치에 앉아 오빠와 마음 속에 있는 것들을 다시 한번 나누고 미안함을 전했다. 역시 이야기를  해야한다. 하지만 내 답답함의 하소연이 아니라 상대방 얘기를 듣기위해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오빠에 대한 것들을 조금 더 알아갈 수 있어서 결과적으로 참 좋았다.